사람의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마음이 아프면 심리상담소에 가는 것처럼, 인생도 아플 수 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 사람들과 소통이 안된다거나, 노력해도 성과가 나지 않거나, 괜히 주변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거나, 아무 일도 없는데 무기력하거나, 우울하거나 한다면, 인생이 아플 수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원시시대에는 몸이 아프면 자연적인 회복을 기대했던 것처럼, 지금까지 인생이 아프면 팔자려니 하고 그냥 참고 살아왔다. 하지만, 10여년 전 인생도 아플 수 있다는 개념을 처음 발견하여 아픈 인생을 치유하고 있는 의사가 군맹서진스님이고 우리는 라이프닥터라고 부른다. 그리고 마치 간호사처럼 의사를 도와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거나 위로해준다거나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라이프너즈라고 부르고, 그 역할을 나와 주지스님의 제자스님들이 하고 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라이프닥터는 의뢰자의 인생병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병은 왜 생겼는지를 진단, 치유하는 역할을 하고, 라이프너즈는 의뢰자가 진단, 치유하는 과정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상담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인생병을 불교용어로는 업장(업의 장애)이라고 하고 현재 많은 절들에서 업장소멸을 한다고 이것저것 한다고 하는데, 그 행위들은 그 사람이 어떤 것으로 괴로워하든 치유방법은 같은 행위로 할 뿐, 퍼포먼스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인생치유는 정확히 어떤 문제이며 그 문제는 왜 생겼는지를 찾아내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인생치유를 홍보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 어떤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다.
몇 년전에 연천에 있는 태황사에 부모님과 함께 석가모니부처님 진신사리 친견법회에 참석한 청년이 있었다. 그 때는 고등학생이었나 아니면 재수생이었나, 아무튼 대학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지스님과 상담을 했고, 주지스님은 인생치유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본인은 하고 싶어했으나 부모의 반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몇 년후 전화가 왔고 지금은 군대에 있는데 휴가 나가면 한 번 상담하고 싶다는 말을 했고 그래서 상담을 했는데, 그때 부모님의 강요로 중국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고 조금 있으면 제대해서 다시 올테니 인생치유를 꼭 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그러다가 몇 개월 후 제대를 했다고 하면서 또 상담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오기로 한 날자와 시간에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고 전화도 안 받는 과정을 여러 번 겪었다. 그러다가 연천의 태황사까지 와서 주지스님과 4~5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다음날인 월요일부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월요일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했더니 시간을 질질 끌다가 신뢰를 못하겠다며 가겠다고 일어났다. 어이가 없었다. 프로그램 비용도 환불해주고, 스님과 나는 병이 있어서 저러는 거니까 우리가 이해해야지 하며 마음을 추스렸다.
그러더니 1주일 정도 지나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진짜 하겠다고 도저히 안 하고는 안되겠다면서. 여러 번 신신당부하고 시작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와야 할 시간에 안 와서 연락해보니 불면증 때문에 못가겠다고 하고, 나타나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고 하다가 본인의 문제를 정확히 찌르니까 다시 왔다가, 지금 일어나서 제시간에 못오는 것을 뒤늦게라도 오라고 해서 진행했는데, 오늘은 결국 또 안오고 전화도 안받고.....
인생병은 사실 가지고 태어나는 게 아니라, 태어났을 때 부모가 만든 환경에서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전생에서부터 가지고 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부모를 만나는 것도 전생의 업보(업의 결과)로 그런 부모를 만나는 것이니 어찌보면 전생에서부터 가지고 온다고 보일 수는 있겠다. 게다가 그 부모도 그들의 부모가 만든 환경에서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긴 거라 그들의 잘못이라고 볼 수도 없는 일이다. 아픈 게 잘못은 아니니까.
물론 나라고 인생병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겪어봤으니까 더욱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젊은 나이일수록 더욱 안타깝다. 인생병을 가지고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다 겪어본 나로서는 그 삶이 얼마나 힘겹고 고통스러운지 잘 아니까.
스님께서는 그 청년이 다시 오더라도 프로그램 진행하지 말라고 하신다. 다시 온다한들 이런 과정을 또 겪을 거니까. 또 안오고 전화안받고 오더라도 스님께 들이받고.
인생병을 고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못할 일은 아니다. 나도 했으니까. 옛날에 병을 고치려면 아무리 쓴 약도 독약도 참고 먹어야 했던 것처럼, 이를 악물고 진짜 하기 싫어도 힘들어도 극복해낼 수 있다. 그렇긴 하지만, 약을 더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캡슐 등을 고안해낸 것처럼, 우리 프로그램도 어떻게 하면 좀더 받아들이기 쉬울지 고민해봐야 겠다. 지금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쉬워지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