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서적 - 아난존자의 일기

깨달음을 이루신 후 사슴동산으로 - 깨달은 직후의 말씀

공부하는아이 2024. 10. 18. 16:50

깨달음을 이루시는 과정에서 스승 없이 스스로 사성제의 진리를 깨달아서 다른 이에게도 깨닫게 해주는 지혜를 얻은 곳이 가장 중요하듯이, 부처님이 되신 후에 처음으로 가르침을 펴신 곳도 그만큼 중요하다. 부처님께서는 직접 보디 왕자에게 그 이유를 말씀하셨다.

사실 세간의 선정을 알려주었던 알라라와 우다까 수행자가 살아 있었다면 그들이 그 가르침을 처음으로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알라라는 이미 7일 전에 이 세상을 떠났고 우다까는 바로 전날 초저녁에 죽음을 맞았다.

그 두 사람에 대해 부처님께서 '오! 크게 잃었구나.'라며 탄식하셨다.

 

"왕자여! 알라라와 우다까가 이 세상을 떠난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누구에게 제일 먼저 법을 설해야 하나? 이 법을 누가 빨리 깨달을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섯 수행자들은 나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었다. 그들에게 먼저 법을 말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섯 수행자들이 있는 바라나시 근처의 선인들이 머무르는 곳이라는 사슴동산으로 갔다."

"왕자여! 나는 그 여행길에서 우빠까라는 외도 수행자를 만났다. 그는 '수행자여! 당신의 태도는 특별하게 깨끗합니다. 당신의 모습과 살결은 매우 깨끗하고 맑습니다. 당신은 누구를 목표로 하여 수행자가 되었습니까? 당신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누구의 법을 좋아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우빠까여! 나는 모든 것을 알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버렸다. 갈망이 다한 곳, 닙바나를 대상으로 번뇌에서 벗어났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완전히 깨달았기 때문에 누구를 스승이라고 말할 수 없다. 우빠까여, 나에게 스승은 없다. 나는 모든 번뇌가 다한 사람이며 가장 높은 공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아라한)이다. 모든 진리를 있는 그대로 바르게 아는, 세상에서 오직 한 분뿐인 부처님이다. 번뇌의 불은 꺼져서 평온하다.

나는 처음으로 법을 말하기 위해 까시국의 바라나시로 간다. 이 세상에 진리라는 닙바나에 이를 수 있는 길을 펴 보일 것이다."

이렇게 말했을 때 우빠까는 다시 물었다.

"수행자시여! 수행자께서 말씀한 대로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지혜가 구족한 부처님이 되었습니까?"

"우빠까여! 나와 같이 모든 번뇌의 다함에 이른 사람을 진짜 영웅이라고 한다. 나는 천한 악업을 모두 이겨냈기 때문에 영웅이라고 한다."

 

"왕자여, 나는 여행의 목적지인 사슴동산에 이르렀다. 다섯 수행자들은 멀리서 오는 나를 보고는 '수행자 고따마가 우리를 따라왔다. 그는 수행을 포기하고 보시와 공양이 많은 마을을 찾아다닌다. 우리는 그에게 예배하지 말자. 마중도 하지 말며, 발우와 가사도 받아주지 말자. 단 그가 높은 종족이니 자리 정도는 펴 주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그가 앉고 싶으면 앉을 것이다.'라고 서로 약속했다."

"왕자여, 그러나 그들은 내가 다가갔을 때 자기들의 약속대로 가만히 있지 못했다. 어떤 이는 나를 마중하며 발우와 가사를 받아주었다. 어떤 이는 자리를 펴 주었으며, 어떤 이는 발 씻을 물을 길어왔다. 그러나 부르는 칭호는 바뀌지 않았다. 예전의 습관대로 '수행자 고따마'로 부르기도 하고, '당신'이라고도 불렀다. 수행자로서 같은 위치에서 지냈던 대로 그때까지 그렇게 불렀다. 그래서 나는 깨달음을 얻었고, 이제는 바뀌었다는 사실을 있는 대로 바르게 말해야 했다.

'수행자들이여! 나는 여래, 부처님이다. 예전에 부르던 이름이나 당신이라고 부르지 마라. 수행자들이여, 나 붓다는 모든 번뇌가 끊어졌다. 내가 원하던 것을 나 스스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정확하고 바르게 확실히 알았다.

수행자들이여! 귀를 기울여서 들어라. 내가 스스로 깨달은 죽지 않는 법, 닙바나에 이르는 법을 가르치리라. 나 여래가 가르친 대로 따라서 행하면 그대들도 머지않아서 선한 수행자가 되는 이익을 얻으리라. 모든 수행의 끝인 세간을 벗어나는 법을 각자 현재에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왕자여!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다섯 수행자들은 '고따마, 당신은 아주 심한 고행을 할 때에도 세간을 벗어나는 특별한 법을 얻지 못했다. 어째서 지금처럼 수행을 버리고 보시 공양이 많은 마을을 찾아다닐 때 얻을 수 있었단 말인가?하고 물었으며 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왕자여, 나는 그들의 생각이 틀린 것을 설명하며 내가 말하는 법을 들으라고 했다. 두 번째 기회도 거절했기 때문에 세 번째로 설명했다. 그때는 내가 그들에게 도리어 질문했다.

'수행자들이여, 예전에 내가 여래이며 부처님이라고 말한 것이 있었던가? 그대들을 잘 생각해 보아라.'라고 하자 그들은 대답했다.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기억에 없습니다.'라고 사실대로 대답했다. 그리고 다섯 수행자들은 그때서야 마음을 놓고 의심을 풀었다."

"왕자여! 나는 <초전법륜경>을 날마다 깨끗이 구분하여 설명했다. 수행자 두 사람이 법문을 듣고 있으면 다른 수행자 셋이 걸식하러 갔으며, 걸식을 하던 수행자 세 사람이 돌아와 법문을 들으면 다른 수행자 둘이 걸식을 해왔다. 이렇게 우리 여섯 사람은 만족하게 먹으며 지냈다.

왕자여! 다섯 수행자들은 나의 가르침을 받아서 선한 남자 수행자가 된 이익을 얻었다. 모든 수행의 끝인 출세간의 법을 각자 곧바로 제험할 수 있었다."

 

그른 것을 바르다고 생각하고 극심한 고통을 감당해야 했을 때의 모습과 그때까지 행하던 그른 길을 과감히 버리고 바른 길을 따라 자기 스스로 법을 깨달은 모습, 그리고 깨달은 법을 제일 먼저 다섯 수행자들에게 말씀하셨던 모습 등, 그 모든 것을 부처님께서는 보디 왕자에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은 다섯 수행자들이 출세간의 법을 얻는 모습을 보디 왕자가 자세히 알고서 만족해하였다. 이렇게 출세간의 법을 쉽고 빨리 깨닫기 위해서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던 기본 조건 5가지가 필요하다.

 

*기본 조건 5가지 : 특별한 법을 알고 보기를 원하는 이가 갖추어야 할 조건

1. 삼보에 대한 신심이 지극하여야 한다.

- 부처님 : 사성제 진리를 스스로 깨달으시고, 다른 이에게도 깨닫게 해주실 수 있는 스승님이라고 믿는 것

- 담마 :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 그대로 수행하면 반드시 닙바나에 이른다고 믿는 것

- 상가 :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 그대로 수행하여 출세간의 법을 얻으신 분들이며 또 업과 업의 결과는 반드시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

2. 수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야 한다.

3. 거짓이나 꾸밈없이 사실대로 말하며 정직해야 한다.

4. 게으름없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5. 자기에게 있는 일어나고 사라짐을 관찰할 수 있는 지혜가 날카로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