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황사 방모다

에필로그

공부하는아이 2025. 3. 11. 12:46

2010년에 오봉사(태황사 전신)에 올라와 지금 2025년이 되었다.
중학생이었던 첫째는 스님이 되었고 지금은 일본의 불교대학에서 불교공부를 하면서 방학 때마다 한국에 와서 태황사를 돌보고 있고, 둘째는 삼수를 해서 아직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셋째는 군대에 가려고 입영준비중이고, 막내는 외고에 입학하여 기숙사에 들어가 있다. 현재상태로 보면, 다른 집에 비해 아이들이 성장이 느리고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 같지만, 다른 집에 비해 아픔이 컸고 그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길었던 것일 뿐. 특히 올해부터는 아이들 모두 자기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막내를 제외한 위의 세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은 데다가 생모로부터 물려받은 업장(인생의 병)이 유별나게 깊어서 그것이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해서 다른 집 아이들보다 시작이 늦었던 것일 뿐, 재능도 많고 열정도 많은 아이들이라 이제부터는 잘 해나가리라 믿는다. 그리고 막내는 언니 오빠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충분히 보호받아와서 그런지 아직도 천진난만하다.
그리고 주지스님은 사실 처음부터 승려로서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할 수 있다. 통도사에서 행자생활을 하고 범어사에서 득도를 하고나서 일본 불교대학에서 4년내내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졸업후 한국에 와서, 초기부터 두 군데 절의 주지가 되어 탄탄대로처럼 보였으나, 한국불교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진짜 불교 진짜 종교를 하겠다고 전혀 다른 길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바람에 오랜 시간을 실패의 연속의 세월을 보냈다. 작금의 불교와 종교들은 진짜 사람들을 행복의 길로 안내하지 않고 자신들의 배만 부르려고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것이야말로 진짜 불교 진짜 종교라고 정법만을 외쳐왔다. 방배동에 강남불교대학을 2018년에 개원하여 지금까지 많은 신도들이 모인 적도 있었지만 법당과 강의실이 텅 빈 세월이 훨씬 길었다. 하지만, 경기도 연천의 태황사는 석가모니부처님 진신사리탑을 중심으로 기도도량으로, 서울 방배동의 참종사 강남불교대학은 인생치유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인생의 병을 치유하는 인생클리닉으로 발전시키고자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다.
나는.
처음에 스님의 길, 스님 부인의 길이 무엇인지 어떤 길인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뛰어들어, 갈기를 휘날리며 길도 아닌 길을 달려가는 야생마처럼 곁눈질도 하지않고 오로지 정법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주지스님 곁에서 어떻게든 따라가 보겠다고 넘어지고 깨지고 좌절하고 피눈물을 흘리면서 하루하루 버텨왔다. 물론 아주 여러 번 포기할 생각도 했다. 가출도 해보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그럴 때마다 결론은, 되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빠져버리면 태황사 불교대학은 어떻게 하나, 남편과 아이들에게 이별의 아픔을 또 겪게 하는 것이니, 그런 슬픔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하늘세계에서 단짝이었던 막내가 날 따라 인간세계에 왔는데 내가 없어져 버리면 실을 잃어버린 바늘 꼴이 되어버리니 그럴 수도 없었다.

어제는 오랫동안 못 뵌 신도분에게 전화가 왔다. 그 분은 남양주에 사시는데 항상 부부가 함께 오시고 작년에 폐를 절단하는 큰 수술을 잘 마치시고 지금은 건강하게 사시는 분이다. 그 분은 본인과 가족이 무탈한 것이 모두 태황사 부처님 덕분이라고 생각하시고 태황사 입구에 돌표지판을 세우셨다. 그런데 어제도, 내가 훨씬 연배가 낮은데도 어머니 같고 누님 같다고 하시면서 너무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하셨다. 한 없이 부족한 나를 그렇게 좋게 봐주시니 오히려 내가 너무너무 감사한데도 말이다.
지난 주말에는 신도회 회장님이 연락도 없이 태황사에 찾아오셨다. 이번 주 토요일에 석가모니부처님 진신사리탑 참배법회에 급한 일이 생겨 참석이 어려워 미리 참배하러 오셨다고 한다. 사실 작년에 남편분이 수술을 하셨는데, 그 후유증인지 탈장이 와서 다시 수술을 하게 되서 못 오시게 되었다고 하시면서 주지스님과 함께 한참동안 차담을 하고 가셨다.
인생치유프로그램을 주지스님과 함께 만들었던 각비스님이 10여년전에 다른 길을 가셨는데, 최근에 주지스님이 손을 뻗어 종종 찾아오고 계신다. 물론 그동안 완전히 연락두절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굴 보기는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올해 들어서 벌써 세 번째 방문을 하면서 올 때마다 누군가와 함께 오신다.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과는 없지만, 주지스님도 나도 한 눈 팔지 않고 바른 길을 가려고 노력중이다. 언젠가 분명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본인들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가면서 하루하루 발전해가는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어질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은 신도도 많지 않고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나는 스님이며 방모이며 4명의 아이들 엄마이고 주지스님의 아내로서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