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황사 방모다

쓰러졌다

공부하는아이 2025. 4. 1. 19:03

2010년 11월 7일

이 날은 내 인생에 없는 날이다.

점심식사 이후 신도들과 함께 차담하는 모임이 있었다. 그래서 안채 부엌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내 의식은 그 다음날 병원에서 깨어났다.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들으니, 차담하려고 주지스님과 서원사 식구들 그리고 신도들이 내가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안 나오자 각비스님 부인이 나를 부르러 안채에 들어갔는데 내가 부엌에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시아버지이신 효란큰스님과 시어머니도 함께 서원사에서 살고 있었는데, 시어머니와 주지스님은 수지침으로 사람들을 치유할 줄 알기 때문에, 내 손과 발에서 사혈을 시도했으나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고, 옆에서는 119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서원사에서 종합병원인 대한병원은 직선거리로 1km도 채 떨어져있지 않아 구급차는 바로 도착했고 나를 태우고 다시 병원에 가는 시간이 단 몇 분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내 심장은 멎어 있었고, 의사는 살린다고 하더라도 식물인간인 채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주지스님은 그래도 괜찮으니 살려만 달라고 했고 여러 번의 심폐소생술로 숨쉬게 됐다고 한다.

숨은 돌아왔으나 아직 의식은 깨지 않아 주지스님을 비롯하여 친정부모님까지 응급대기실에서 기다렸는데, 그동안 주지스님은 살아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주지스님의 전처인 방훈방모님이 대한병원에서 돌아가셨는데, 바로 돌아가신 그 침대 그 자리로 내가 실려들어갔기 때문에 방훈방모님이 어떻게든 살려줄 거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서원사에서는 효란큰스님과 큰방모님은 거꾸로 방훈방모님이 나를 데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데려가지 않게 해달라고 위령제를 지내셨다고 한다.

그렇게 쓰러진지 20시간여만에 의식은 돌아왔고, 그때부터 왜 심정지가 왔는지 이것저것 검사를 했다고는 하나, 나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뿌연 내 시야 속에 큰딸의 실루엣이 보인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울음이 나왔다. 마치 죽다 살아난 엄마가 자식을 만난 것처럼. 그 울음의 이유는 나중에 10여년 후에 밝혀진다.

대한병원에서 3일동안 여러가지 검사를 했으나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고, 삼성제일병원(삼성서울병원의 이전이름)으로 이관되어 5일동안 정밀검사를 해서도 원인을 찾지 못하자 의사는 심리적 원인으로 보고 검사를 하겠냐고 했고, 남편과 나는 퇴원하기로 결정한다. 남편과 나는 내가 쓰러진 이유를, 인생치유하던 중 치유과정에서 부처님께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는 테마 때문에, 진짜 부처님이 나를 재탄생해주고자 생긴 일이라고 판단해서 더이상의 검사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5일간의 입원생활동안 생각나는 것은, 친정부모님이 문병 오셔서 누워있는 나를 슬픈 얼굴로 바라보시던 것과 남편의 얼굴, 그리고 내가 용노가 보고싶으니 용노옷이라도 갖다달라고 하여 용노옷을 보며 계속 울었던 일, 자고 있던 나를 아침마다 깨워 몸무게를 재던 일 뿐이었다.

삼성제일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남편은 내가 일상생활이 불가하다고 판단하여 나를 양양으로 요양보냈다. 대명리조트 양양에서 지내면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를 보면서 산책하거나 숙소에서 잠을 자거나 이 두 가지 외에는 한 것이 없다.

약 4주간이나 있었는데 지금도 거의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그때는 조식이 숙박비용에 포함되어 있어서 왠지 조식을 먹지 않으면 손해보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그 고급스런 뷔페음식을 추가비용을 내지 않고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 그것도 매일 먹다보니 1주일 지나자 지겨워져 마트에서 컵라면 같은 것을 사다 먹곤 했다.

2~3일에 한 번씩 남편이 나를 보러 왔는데, 한 번은 내가 몸이 너무 무겁고 힘들어서 따로 자고 싶다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딱히 TV를 보거나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게 된 건지는 몰라도 북한에서 도발을 하여 뭔가 사고가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혹시 전쟁이 생기면 서울에 진입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건강은 차차 회복하기로 하고 얼른 서울로 돌아가자고 해서 4주간의 요양생활은 끝이 났다.